나라를 넘기는 문서에 싸인을 하라면, 도저히 못할 것 같지만 일반적으로 하나의 나라를 좋아하느냐라고 묻고 그것이 친(나라명)파라고 한다면, 친일파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.
그런 의미에서, 친독일파, 친오스트리아파, 친스위스파이기도 하다.
애초에 친일파란 단어에 들어있는 유아적인 측면, 니 편 내 편 나누는 진영주의가 못마땅하기도 했다. 단어의 탄생 배경 자체가 옹졸하다. 더 샤프하게 매국파로 한정짓고 범위를 좁혀야 했다. 친일파란 단어를 너무 광범위하게 쓰다보니, 의미 자체가 상실되어 버렸다. 그 죽은 언어의 관뚜껑에 못을 박고 싶다.
친일파에 대응, 상반되는 언어를 보자. 지한파는 한국을 안다는 뜻, 혐한파는 한국을 혐오한다는 뜻. 전자는 진선미 증 진에 해당하는 논리계열 언어고, 후자는 미에 해당하는 미적판단의 언어다. 입장의 동의를 떠나 세심하게 선택된 것.
친일, 친북, 친미라는 언어에 담긴 빈곤한 철학, 누군가와 친하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사바나 부족주의. 그 문화 지체 현상에 탄식하는 어느 새벽.
매국은 반대하지만, 친일파가 적성에 맞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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